리듬 노트 · 사물놀이
꽹과리 엇박과 짝쇠 — 사물놀이 리듬이 살아 있는 이유
사물놀이를 처음 들으면 귀를 사로잡는 것은 쨍한 꽹과리입니다. 꽹과리는 박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, 일부러 박 사이를 파고들며 판을 끌고 갑니다. 그 엇박이 어디서 오고 다른 악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소리로 들으며 풀어 봅니다.
사물놀이의 네 악기
사물놀이는 꽹과리·장구·북·징 네 악기로 풍물(농악)의 가락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갈래로, 1978년 무대 공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. 네 악기는 흔히 날씨에 빗대어 꽹과리는 천둥, 장구는 비, 북은 구름, 징은 바람이라고 합니다.
| 악기 | 하는 일 |
|---|---|
| 징 | 장단 머리를 길게 울려 한 바퀴를 알립니다. 가락 이름의 숫자가 징을 치는 수와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(일채는 한 번 … 칠채는 일곱 번). |
| 북 | 장구의 큰 박을 받쳐 장단의 땅을 다집니다. |
| 장구 | 장단의 뼈대를 지킵니다(장구 장단 읽기). |
| 꽹과리 | 맨 앞에서 가락을 이끄는 지휘자입니다. 이끄는 사람을 상쇠, 받는 사람을 부쇠라고 합니다. |
꽹과리가 커지면 장구와 북은 물러서고,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. 네 악기는 서로 소리를 비워 주고 채워 주며 한 덩어리로 움직입니다.
꽹과리의 소리 말
꽹과리도 장구처럼 입으로 가락을 읊습니다. 놋쇠를 나무채로 치는데, 왼손 손가락으로 쇠를 막느냐 열어 두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.
| 구음 | 소리 |
|---|---|
| 갱 · 갠 | 센 열린 소리. 앞 울림을 왼손으로 끊고 새로 쳐서 또렷합니다. |
| 개 · 지 · 그 | 여린 열린 소리. 큰 소리 앞뒤를 꾸미는 잔가락입니다. |
| 깻 · 갯 · 잿 · 닥 | 막은 소리. 왼손으로 쇠를 쥐어 울림 없이 ‘딱’ 끊습니다. |
| 개갱 · 지갠 | 꾸밈음을 붙인 갱(장구의 기덕과 같은 원리). |
| 개르르 | 굴림. |
상쇠는 높고 밝은 숫꽹과리, 부쇠는 조금 낮은 암꽹과리를 칩니다. 두 쇠의 음높이가 달라서 주고받을 때 누가 말하는지 귀로 갈립니다.
기본 가락 — 마당삼채
한 박을 셋으로 나누는 삼채 가락의 기본은 박마다 ‘갱’을 치고, 박의 마지막 소박에서 여린 ‘개’로 다음 박을 부르는 꼴입니다. 아래에서는 장구가 자진모리 뼈대를, 징이 첫 박과 셋째 박을 받칩니다. 아직은 박 위에 반듯하게 올라탄 가락입니다.
엇가락 — 징 자리에서 쉬기
엇가락에서 꽹과리는 징이 치는 박(첫 박과 셋째 박)을 비웁니다. 대신 그 앞 소박에서 ‘개’로 들어가고, 비운 자리는 징의 긴 울림이 채웁니다. 꽹과리만 들으면 박이 한 칸 밀린 것 같지만, 징과 겹쳐 들으면 둘이 톱니처럼 맞물려 오히려 더 단단해집니다. 엇박의 흥은 비워 둔 자리를 다른 악기가 채울 때 생깁니다.
3:2 헤미올라 — 박 위에 겹친 다른 박
막은 소리 ‘깻’을 두 소박마다 치면, 세 소박씩 도는 네 박 위에 두 소박씩 도는 여섯 번이 겹칩니다. 셋으로 나뉜 박과 둘로 나뉜 박이 동시에 흐르는 3:2의 엇갈림입니다. 판소리에서 두 소박과 세 소박 묶음을 바꾸는 교대죽과 같은 원리이고, 듣는 사람의 몸을 가장 크게 흔드는 엇박이기도 합니다.
두 소박 가락의 엇박 — 휘모리와 동살풀이
판이 끝을 향해 달리면 가락은 한 박을 둘로 나누는 휘모리로 넘어갑니다. 꽹과리는 ‘갱개 갱개’를 쉬지 않고 몰아치고, 장구는 ‘궁딱 궁다’로 잘게 받습니다.
동살풀이는 셋째 박에서 꽹과리가 앞소리를 비우고(‘응’) 뒷소리로 들어갑니다. 징도 바로 그 뒷소리를 울려, 넷 중 두 악기가 함께 엇박을 찌릅니다. 두 소박 가락에서도 엇박은 비운 자리와 채운 자리의 짝으로 만들어집니다.
짝쇠 — 상쇠와 부쇠의 대화
짝쇠(짝드름)는 상쇠와 부쇠가 가락으로 나누는 대화입니다. 부쇠는 상쇠가 친 한 장단을 한 장단 뒤에 그대로 받아 칩니다. 주고받는 길이는 판이 달아오를수록 넷 장단 → 둘 → 하나 → 한 점씩으로 줄어 숨 가빠집니다.
주고받기가 한 점까지 줄면 두 쇠는 아예 한 가락을 나눠 칩니다. 상쇠가 정박을, 부쇠가 그 사이를 맡아 톱니처럼 맞물리는 것을 호켓이라고 합니다. 넉 장단은 크게, 넉 장단은 작게 치며 몰고 가다가, 마지막에는 둘이 함께 ‘그랑그랑, 개개갠, 갱’ 하고 맺습니다.
판의 흐름 — 느리게 시작해 몰아치기
웃다리 풍물 판은 흔히 느리고 여린 칠채로 시작해 육채, 마당삼채를 거쳐 휘모리로 몰아치고, 짝쇠로 상쇠와 부쇠가 겨룬 뒤 맺음으로 닫습니다. 가락이 바뀔 때는 상쇠가 신호 가락을 치고, 가락의 끝은 맺는 가락으로 닫습니다. 판이 빨라질수록 신명(흥)이 오르는 구조입니다.
영남 사물놀이의 별달거리는 몇 장단을 친 뒤 꽹과리 신호에 맞춰 연주자들이 “하늘 보고 별을 따고, 땅을 보고 농사짓고” 하고 외치는 대목이 번갈아 들어가는 가락입니다. 외침도 한 소박에 한 글자씩 장단을 탑니다.
추임새 — 빈자리에 넣는 맞장구
“얼씨구!”, “좋다!”, “그렇지!”, “잘한다!”, “얼쑤!” 같은 추임새는 소리나 가락이 잠시 비는 자리에 넣는 맞장구입니다. 자진모리나 중중모리에서는 노래가 쉬는 넷째 박 자리에 흔히 들어갑니다. 연주자와 듣는 사람이 장단을 함께 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.
투비트에서 꽹과리 엇박 쳐 보기
- 덩덕 장고 — 잘 칠수록 신명 게이지가 차오르고, 가득 차면 꽹과리가 이 글의 엇가락과 3:2 헤미올라로 바뀌어 판이 달아오릅니다.
- 리듬 놀이터의 마지막 스테이지 ‘짝쇠’ — 로봇이 상쇠(높은 쇠), 내가 부쇠(낮은 쇠)입니다. 왼손은 막은 소리 ‘깻’, 오른손은 열린 소리 ‘갱’입니다. 로봇이 친 한 마디를 다음 마디에 받아 치고, 일곱째 판에서는 로봇이 정박을 칠 때 내가 그 사이를 치는 호켓을 합니다.